[뉴스레터]ep.18 더욱더 당신이 되기

2026-06-24

2026년 6월의 편지


달팽이가 아닌 이사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이벤트지요. 그럼에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이고요. 그렇게 피하고 싶은 일을 굳이 감행한 이유는 바로 직주근접 때문입니다. 일터와 집이 보다 가까워서 더 빨리, 더 많이 일하고 싶었거든요. 또 이제 7살 엉아가 된 반려묘 소망이를 더 자주 들여다보고 싶었고요.


결국 지난 3월, 이사를 했습니다. 인어피스 제작 스튜디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예산 안에 들어오는 가격이라는 장점과 24년 차 구축 아파트라는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집입니다. (제 기준) 장점들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단점은 완화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하게 된 것이 반셀프 리모델링(직영공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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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셀카 미리 죄송합니다...        


저는 공간에 맞추어 가구를 제작하고, 공간을 컨설팅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 리모델링 자체를 크게 걱정하거나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만들고 싶은 집의 모습이 머릿속에 충분히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별개로) 재밌는 작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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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직후의 길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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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터에서 가깝고 가구촬영도 가능한 길목집        


3주 간의 반셀프 리모델링을 거쳐 사진과 같은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길동에서 목공하는 집'이라는 말을 줄여 <길목집>이라 이름 붙였어요.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기는 것과 달리, 반셀프 리모델링은 현장 감리가 없습니다. 발주자(집주인)와 시공인의 중간자가 없어 스스로 해내야 하죠. 사전에 협의된 대로 잘 시공이 되었는지, 혹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바로바로 확인해서 보완을 요청해야 합니다. 아니면 이어진 다른 작업의 일정이 꼬여 시간과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아,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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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델 소망님의 출연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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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사진 출처/ 촬영 : 브리크 매거진

▲ 주방 제작 및 시공 : 건우디자인


게다가 <집>이란 단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잖아요. 저와 제 가족의 보금자리이고 거의 전 재산을 투자한 자산이기도 하죠. 그러니 작은 부분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고, 꼼꼼하고 차분히 체크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을 현장에서 보내면서 생각했어요. 공간과 가구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저 역시 깜깜이 견적에 마음을 끓이고, 깔끔하지 않은 마감에 한숨을 쉬게 되는데- 이 일이 업이 아닌 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하고요.


자연스럽게 고객일 때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을 끌어안는 사람의 마음을요.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소재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촘촘히 설명하지 않거나 생략하면 고객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일들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답니다.


언제나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마음이 될 것. 더욱더 고객이 될 것. 더욱더 당신이 될 것. 이번 이사가 제게 남긴 마음입니다.



2026년 6월  


7월을 기다리며,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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