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의 편지
올해 1분기와 2분기,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은 기쁨과 좌절이 퐁당퐁당 찾아오는 일이란 걸 알고 있지만 올 상반기의 기쁨은 유난히 짧고 얕았어요. 반면 좌절은 길고 깊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선 가능하면 좋은 소식들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엔가 기록하진 않았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글로벌 유형'에 낙방했습니다.
작년 라이프스타일 유형에서 쟁쟁한 9,000 여개의 기업 중 최종 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었지요. 그래서 올해도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서류에서 바로 탈락해 버렸지 뭐예요.
이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정부지원사업 '초기창업패키지'에 떨어졌습니다.
서류합격 후 발표평가를 할 때까지도 '이건 무조건 된다'면서 이외의 경우의 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최종결과는... 불합격이었어요. 평소 정부지원사업 합격팁을 나누는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던지라 더욱더 충격이었죠.
팝업스토어 매출은 목표액의 50%에 그쳤습니다.
언젠가 인어피스의 고객이 되어주실 많은 분들과 사랑스러운 털친구들을 만나서 하루하루 기뻤던 5월이었어요. 그것은 감히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배움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는 정량목표와 성과가 있으니, 그 측면에서도 결과를 평가해 봐야겠지요. 거래액으로 분석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확실히 미진했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니 문득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이게... 맞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그동안 즐겁게, 열심히,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고객님들께는 닿지 않는 노래를, 인어피스 안에서만 신나게 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들이 자꾸 커졌어요. 점점 잦아졌고요. 그리고 두려워졌어요.
그러자 저는 작은 굴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작고, 습하고, 깜깜했지만, 'OO한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안이 제법 편했어요. 그리고 굴 안에서 다시금 생각했어요. 마음을 다해 가구를 만들면 분명 좋아하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쉽게 쓰고 버리는 가구가 아니라 평생을 곁에 두고 쓰는 가구가 되겠다는 목표는 너무 과한 게 아니었을까?
그때였어요.
똑똑. 팝업스토어에서 망설이다 미처 구매를 못했는데 주문할 수 있을까요?
똑똑. 백화점에서 이벤트 매장 운영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똑똑. 저희 공간에서 인어피스 팝업스토어를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똑똑. 상업공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인어피스 가구로 채우고 싶어요!
똑똑. 오프라인에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인어피스가 기획해 주실 수 있나요?
노크소리에 깜짝 놀라 웅크렸던 몸을 재빨리 펴고 작은 굴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작은 문을 노크해 주신 고운 손들을 재빨리 잡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질척한 좌절감이 새로운 나무를 가꾸는 거름이 되기도 하는구나. 연이어 정부지원사업에 떨어진 시기에 가구 제작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점검했고, 신제품 개발을 가장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지원금이나 투자금 없이 브랜드가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기가 되었죠. 또 팝업스토어에서 저희 목표만큼 주문을 받았다면 백화점 이벤트 매장이나 새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공간기획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을 것 같아요.
마침내 인어피스에 닿아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반기면서 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는 저마다 달라서, 도착하는 시간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우리 사이에는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시차가 있는 것이로구나. 이제 매번 지나치게 좌절하기보다, 한결같은 마음과 태도로 언젠가 도착할 고객님들을 기다려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에도 작은 굴에 잠시 머물렀어요. 스몰브랜드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다이내믹하니까요. (슬프지만) 앞으로도 종종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 구독자님께 내어 보이면서, 인어피스의 작은 굴에 볕 들 날을 자주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요?
구독자님, 오늘 누추한 굴을 들여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N E W S
2025년 6월
인어피스 소식
가격인상 사전 안내
8월 1일 자로 인어피스 전 제품의 가격이 인상됩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미리 알려드려요.
목재 수입가격이 전체적으로 인상된 지 꽤 오래되었는데요. 제품가 인상은 하고 싶지 않아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인어피스의 마진을 더 적게 가져가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나 '인어피스'라는 브랜드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제품별 인상 가격은 7월 중순, 인어피스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드리겠습니다.
조심스럽게 가격인상 소식을 전하며 다시금 약속드려요. 인어피스는 사랑하는 존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늘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쓰는 이에게 안전한 제작방식을 고수하겠습니다. 가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하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늘 고객님의 자랑이 되는 브랜드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7월에 또 편지 드릴게요!
2025년 6월
똑똑 소리에 감격하며,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
2025년 6월의 편지
올해 1분기와 2분기,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은 기쁨과 좌절이 퐁당퐁당 찾아오는 일이란 걸 알고 있지만 올 상반기의 기쁨은 유난히 짧고 얕았어요. 반면 좌절은 길고 깊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선 가능하면 좋은 소식들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엔가 기록하진 않았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글로벌 유형'에 낙방했습니다.
작년 라이프스타일 유형에서 쟁쟁한 9,000 여개의 기업 중 최종 기업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었지요. 그래서 올해도 나름 기대를 했었는데... 서류에서 바로 탈락해 버렸지 뭐예요.
이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정부지원사업 '초기창업패키지'에 떨어졌습니다.
서류합격 후 발표평가를 할 때까지도 '이건 무조건 된다'면서 이외의 경우의 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최종결과는... 불합격이었어요. 평소 정부지원사업 합격팁을 나누는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던지라 더욱더 충격이었죠.
팝업스토어 매출은 목표액의 50%에 그쳤습니다.
언젠가 인어피스의 고객이 되어주실 많은 분들과 사랑스러운 털친구들을 만나서 하루하루 기뻤던 5월이었어요. 그것은 감히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배움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는 정량목표와 성과가 있으니, 그 측면에서도 결과를 평가해 봐야겠지요. 거래액으로 분석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확실히 미진했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니 문득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이게... 맞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그동안 즐겁게, 열심히,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고객님들께는 닿지 않는 노래를, 인어피스 안에서만 신나게 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들이 자꾸 커졌어요. 점점 잦아졌고요. 그리고 두려워졌어요.
그러자 저는 작은 굴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작고, 습하고, 깜깜했지만, 'OO한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안이 제법 편했어요. 그리고 굴 안에서 다시금 생각했어요. 마음을 다해 가구를 만들면 분명 좋아하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 아니었을까? 쉽게 쓰고 버리는 가구가 아니라 평생을 곁에 두고 쓰는 가구가 되겠다는 목표는 너무 과한 게 아니었을까?
그때였어요.
똑똑. 팝업스토어에서 망설이다 미처 구매를 못했는데 주문할 수 있을까요?
똑똑. 백화점에서 이벤트 매장 운영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똑똑. 저희 공간에서 인어피스 팝업스토어를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똑똑. 상업공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인어피스 가구로 채우고 싶어요!
똑똑. 오프라인에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인어피스가 기획해 주실 수 있나요?
노크소리에 깜짝 놀라 웅크렸던 몸을 재빨리 펴고 작은 굴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작은 문을 노크해 주신 고운 손들을 재빨리 잡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질척한 좌절감이 새로운 나무를 가꾸는 거름이 되기도 하는구나. 연이어 정부지원사업에 떨어진 시기에 가구 제작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점검했고, 신제품 개발을 가장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지원금이나 투자금 없이 브랜드가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기가 되었죠. 또 팝업스토어에서 저희 목표만큼 주문을 받았다면 백화점 이벤트 매장이나 새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공간기획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을 것 같아요.
마침내 인어피스에 닿아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반기면서 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는 저마다 달라서, 도착하는 시간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우리 사이에는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시차가 있는 것이로구나. 이제 매번 지나치게 좌절하기보다, 한결같은 마음과 태도로 언젠가 도착할 고객님들을 기다려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에도 작은 굴에 잠시 머물렀어요. 스몰브랜드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다이내믹하니까요. (슬프지만) 앞으로도 종종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 구독자님께 내어 보이면서, 인어피스의 작은 굴에 볕 들 날을 자주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요?
구독자님, 오늘 누추한 굴을 들여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N E W S
2025년 6월
인어피스 소식
가격인상 사전 안내
8월 1일 자로 인어피스 전 제품의 가격이 인상됩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미리 알려드려요.
목재 수입가격이 전체적으로 인상된 지 꽤 오래되었는데요. 제품가 인상은 하고 싶지 않아 계속 미루고 있었어요. 인어피스의 마진을 더 적게 가져가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나 '인어피스'라는 브랜드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제품별 인상 가격은 7월 중순, 인어피스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드리겠습니다.
조심스럽게 가격인상 소식을 전하며 다시금 약속드려요. 인어피스는 사랑하는 존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늘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쓰는 이에게 안전한 제작방식을 고수하겠습니다. 가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하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늘 고객님의 자랑이 되는 브랜드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7월에 또 편지 드릴게요!
2025년 6월
똑똑 소리에 감격하며,
인어피스 박소연 드림.